천주교가 제사(祭祀)를 허용하게 된 경위
개신교와 달리 오늘날 천주교에서는 제사를 허용합니다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1790년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원래 조선 천주교에는 당시 관할이었던 북경 교구장에 의해 조상제사 금지명령이 내려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윤지충(尹持忠, 바오로)이라는 사람과 그의 외종형 권상연(權尙然, 야고보)이라는 사람이 이 금지령에 따라 조상 제사를 없애고, 신주를 불태워 버렸습니다. 그 다음 해에 윤지충의 어머니 권씨(權氏)가 별세하자 이들은 정성으로 장례를 치렀으나, 위패는 만들지 않고 제사도 지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천주교도들은 부모도 모르는 불효자, 인륜(人倫)을 저버린 짐승의 무리로 낙인이 찍혔습니다. 사회·국가적인 차원에서는 기존 윤리질서와 사회체제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불온세력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천주교에 대한 금교령(禁敎令)이 내려지고 천주교도들에 대한 대대적인 박해가 일어났습니다. 1791년의 신해박해에 이어서 1839년이 되면 탄압이 더 심해져 기해박해가 일어납니다. 이 때 정하상(丁夏祥)이라고 하는 사람이 <상재상서>(上宰相書)라는 글을 써서 당시 우의정이었던 조인영에게 올렸습니다. 이 글은 조선 최초의 신학적 저작으로도 불리는데 천주교 신앙이 결코 부모도 모르고 임금도 무시하는 반역 사상이 아니고, 조선의 유교적 시스템 하에서도 얼마든지 공존 가능한 신앙 사상이라는 것을 강조한 글입니다. 이 글의 말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첫째, 물질적 음식물은 혼의 양식이 될 수 없고, 잠자는 사람에게 음식물을 드리지 않듯이 영원히 잠든 이에게 제물을 차려 봉헌하는 것은 허세요 가식이다. 둘째, 신주는 목수가 만든 나무 조각이므로 나의 골육이나 생명과 아무 관계가 없어 부모라 부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람이 죽으면 그 혼이 어떤 물질에 깃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랬던 조선의 천주교가 세월이 흘러 1936년이 되면 당시 교황 비오 11세에 의해서 신사참배(神社參拜)를 공식적으로 허용합니다. 신사참배는 종교적 예배 행위가 아니라 단순한 국민의례에 불과한 것이니 조선의 천주교인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신사참배하는 것은 신앙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또한 그때까지 금지되었던 유교적 혼인, 장례, 그 밖의 사회 풍습 등에 대해서도 폭 넓게 허용해 버립니다. 한국 천주교는 1939년에 다음과 같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시체나 죽은 이의 상 또는 단순히 이름이 기록된 위패 앞에 머리를 숙이고 예를 표하는 것은 타당한 일이다. 이러한 조치를 취한 이유는 시대 변천에 따라 풍속도 변하고 사람들의 정신도 변해서 과거에는 미신적이던 예식이 현재에 와서는 다만 존경과 효성을 표하기 위한 민간적 예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때부터 지금까지 천주교에서는 장례식 때나 명절에 제사나 차례를 지내는 것이 허용되게 된 것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천주교에서는 제사를 허용하고, 개신교에서는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은 제사를 허용하는 천주교를 선택하겠다고 합니다. 천주교는 융통성이 있고 개신교는 너무 꽉 막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천주교 역시 처음에는 제사를 철저하게 금지했습니다. 명백한 우상숭배로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언제 무너집니까? 바로 일제에 의한 신사참배를 온 국민들이 강요받을 때 신사참배가 우상숭배가 아니라는 것과 똑같은 논리로 조상 제사는 부모에 대한 공경의 표시이지 우상숭배가 아니라고 결정해 버린 것입니다. 이것은 기독교 신앙을 당대 세속적 가치와 타협한 것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자녀들아 주 안에서 너희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엡 6:1)
설 명절 기간입니다. 그리고 명절 때마다 신앙의 문제, 조상 제사 문제로 적지 않은 고통을 당하고 있는 성도님들에게 살아계신 하나님의 위로가 함께 하시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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